머릿속 생각은 구름처럼 흘러간다. 형태가 불분명하고, 서로 겹치고, 순간적으로 변한다. 하지만 그것을 말로 내뱉는 순간 고체가 된다. 모양이 생기고, 방향이 생기고, 무게가 생긴다.
이 변환 과정에서 필연적으로 무언가가 손실된다. 머릿속에서는 복잡하고 다층적이었던 생각이 한 문장으로 나오면 단순해진다. "사랑해"라는 말은 그 안에 담긴 감정의 10분의 1도 전달하지 못한다. 그래서 시인이 필요하다.
한번 내뱉은 말은 주워 담을 수 없다. 이 진부한 격언이 진부해진 건 너무 자주 확인되기 때문이다. 화가 나서 던진 한마디가 10년 관계를 무너뜨리고, 무심코 한 칭찬이 누군가의 인생 방향을 바꾸기도 한다.
말에는 수행적(performative) 기능이 있다. "약속할게"라고 말하면 약속이 생기고, "미안해"라고 말하면 사과가 된다. 말은 현실을 기술하는 것을 넘어서 현실을 만든다. 오스틴이 '언어행위론'에서 밝힌 이 통찰은 일상에서 매 순간 확인된다.
말하지 않는 것도 말이다. 누군가가 힘들어할 때 아무 말도 하지 않는 건 "나는 관심 없다"는 메시지를 보내는 것이고, 부당한 상황에서 침묵하는 건 동의를 표하는 것이다.
하지만 동시에 적극적 침묵도 있다. 상대방의 말을 들은 뒤 잠시 침묵하는 건 "나는 당신의 말을 진지하게 받아들이고 있다"는 의미다. 같은 침묵이 맥락에 따라 완전히 다른 뜻을 갖는다.
글은 고쳐 쓸 수 있지만 말은 되돌릴 수 없다. 글은 독자의 속도로 소비되지만 말은 화자의 속도로 전달된다. 글은 맥락을 통제할 수 있지만 말은 표정, 톤, 상황에 의해 맥락이 결정된다.
그래서 같은 내용이라도 글로 쓸 때와 말로 할 때 전략이 달라야 한다. 글에서는 구조가 중요하고, 말에서는 타이밍이 중요하다.
비트겐슈타인은 "내 언어의 한계가 내 세계의 한계"라고 했다. 새로운 단어를 알면 새로운 생각이 가능해진다. 외국어를 배우면 세계가 넓어지는 건 정보가 늘어서가 아니라 사고의 틀이 추가되기 때문이다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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